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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에게 덩샤오핑식 실용주의적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과학포럼, 2018년 12월28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8·12·29 17:06 | HIT : 174 | VOTE : 18 |

사회과학포럼 (2018/12/28)

‘문재인에게 덩샤오핑식 실용주의적 용기가 필요하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사회과학원 원장)

   

금년 한해도 다 지나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금년도 기대와 희망, 그리고 좌절과 실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보낸 한 해이었다. 돌이켜보면 무술년 정초에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높은 기대와 희망으로 설레였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난 현재 우리 국민들이 받아 든 현실의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해 깊은 좌절감과 허망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41%의 득표율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이었지만 국민들은 집권 후 1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최고 84%의 높은 지지율을 보내면서 모두가 다 잘 살 수 있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된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약속하는 문재인정부의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금년도 신년사에서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며 노동시간을 단축해 서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우리의 외교와 국방의 궁극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면서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실현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한반도시대를 열어 갈 것이라고 자신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호언과는 달리 지난 일 년 동안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일자리 절벽을 초래했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진짜 서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시장을 무시하고 지나친 국가주도 분배정책으로 시장경제의 활력을 상실하게 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만 현실의 혹독한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심각한 실패 위험을 안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 지지 세력들의 관점에서는 금년 한 해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번씩이나 정상회담을 가지고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없애고, 한반도 비핵화와 공동번영의 시대를 함께 열어나갈 것을 다짐한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며, 역사적 업적이라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북한 경사 정책노선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한국의 안보 위기와 외교 고립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정권보다도 북한을 이해하고 대변하고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하려고 한다.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하기 보다는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그리고 남북한 공동번영의 시대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정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우리가 앞 장 서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한미동맹에 기초한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며, 비무장지대와 NLL룰 개방하였다.

 

그런데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위협이 없어지고, 북한체제에 대한 완전한 안전 보장이 실현되기 이전에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냉정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여전히 소망적 사고 (wishful thinking)에 사로잡혀 우리가 먼저 제재완화와 체제 보장을 해주면 북한이 점차로 비핵화를 실현할 것이란 근거 없는 낙관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안보의식에 대한 무장해제를 단행하고 안보위기를 초래하고 있고, 북한의 ‘수석 대변인’과 같이 행동함으로서 한국에 대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서방 우방 국가들의 불신과 우려를 확산시켜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은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보였지만, 그것들이 실천되는 과정에서 현실에 제대로 착근되지 못하거나 기대했단 것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초래해 정책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해 “정치적 이상은 높았으나 능력이 부족한 것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눈은 높은데 재주가 부족하다는 안고수비(眼高手卑)란 사자성어가 생각날 정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문제점은 이상을 실현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니라 현실의 검증을 통해서 잘못된 이상을 가려내고, 잘못된 이상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그것을 버릴 수 있는 실용주의적 용기가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고 하겠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주장하였다. 마르크스주의도 그 자체만으로 진리가 될 수 없으며, 현실의 조건 속에서 실천을 통해 진리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르크스주의도 중국의 혁명과 중국의 발전에 기여할 때에만 진리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교조주의적 마르크주의, 신비주의적 마르크주의는 모두 가짜 마르크스주의이며,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과감하게 기존 이념의 틀을 깨고 실사구시에 입각한 정책 전환을 추진해 마침내 역사적 대변혁을 실현했다.

 

문재인 정부에게 현재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실용주의적 용기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믿고 있던 기존의 이념적 이상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실천을 통해 잘 잘못을 가리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판명되면 과감하게 버리고 현실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다시 모색해 가는 덩샤오핑식 실용주의적 용기가 문재인 정부에게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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