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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 (2017년 4월 13일, 아연학술회의 기조연설)
 중국정치연구실  | 2017·04·14 01:15 | HIT : 1,269 | VOTE : 80 |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 

아세아문제연구소 중국센터 학술회의 기조연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재) 사회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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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먼저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란 대단히 흥미롭고도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개최된 학술회의에 초청해 주시고 기조 발표하는 영광까지 허락해 주신 이종화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님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약간 주제넘은 것 같습니다만 오늘의 주제인 강대국 중국의 부상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에 대해 간략히 저의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기조연설을 가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다 알고 계시다시피 이제 중국이 강대국이라는데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중국은 1978년 말 대담한 개혁 개방을 선언한 이후 압축적 고도성장에 성공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고, 강대국이 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구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영향력은 물론 정치-외교-군사적 차원에서도 초강대국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1세기의 가장 주목해야 할 사건은 강대국 중국의 등장이고, 중국이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는 21세기 세계정세의 향방을 가름 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학술회의 주제인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는 대단히 시의 적절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는 대체로 3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강대국이란 어떤 강대국인가, 둘째, 그런 강대국이 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셋째로 실제로 중국은 어떤 강대국인가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중국의 강대국 상 (像) 

우선 중국이 구상하고 있는 강대국 상(像)은 무엇인가. 시진핑 주석은 합작 공영과 윈 윈을 핵심가치로 하는 신형 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를 실현하는데 앞장서는 신형 강대국 중국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옌쉐퉁(閻學通)과 같은 학자들은 하드 파워를 기반으로 공공재를 제공하고, 공평(公平), 도의(道義), 문명(文明)의 가치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해 안정적 국제사회를 구현하는 책임 있는 슈퍼파워 중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국 중심의 천하 세계에서 ‘속은 법가이지만 겉은 유가 (法裏儒表)’의 구조를 가지는 자오딩신(趙鼎新)의 유법국가 (儒法國家) 전통을 이어받는 제국과 문명국가론 등, 강대국 중국이 지향하는 중국 특색의 패권 국가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논의는 그 내용이 각양각색이어서 하나의 강대국 상으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강대국과 천하 세계의 내용과 이미지는 서구의 강대국론과 서구적 세계 질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중국 특색의 강대국론, 중국 특색의 세계관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중국의 강대국 전략 

그렇다면 이와 같은 중국 특색의 패권 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대전략은 무엇인가. 후진타오 전 주석은 중국의 굴기 (崛起)는 평화적 굴기라고 주장했고, 시진핑 주석도 중국은 세계 모든 나라들과 정치적 상호신뢰와 경제 통합, 문화적 포용이 가능한 이익공동체, 운명공동체, 책임공동체 형성을 통해 ‘중국의 꿈’과 ‘세계의 꿈’이 함께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습니다.

중국 특색의 패권국가론을 강조한 류밍푸(劉明福)교수와 옌쉐퉁 교수 같은 이들도 경제력이나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국특색의 패권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패도(覇道)보다 왕도(王道)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대해 이들은 미·중 양국의 경쟁은 21세기에 가장 문명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마라톤식 경쟁이 될 것이며, 이런 경쟁에서는 매력과 의지력, 지구력이 경쟁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왕도 정치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강대국 전략, 패권 전략에 대해 이들과는 좀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필스버리 (Michael Pillsbury)교수는 [백년의 마라톤 (The Hundred-Year Marathon)]이란 저서에서 1949년부터 2049년 간 100년을 미국을 무너뜨리고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대장정이라고 규정하면서 손자병법의 ‘인(忍), 세(勢), 패(覇)’의 개념으로 중국의 패권 전략을 설명하였습니다. 중국의 세력이 약한 시기에는 인내하면서 패권국가에 도전하거나 대항하지 않고 오히려 협력하면서 실리를 확대해 가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노선을 견지하지만, 패권국가가 취약한 분야에서부터 명분과 세력을 규합해 패권국가와 어느 정도 대등한 수준의 실력이 축적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정면 대결을 통한 패권 쟁취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이런 패권 전략은 중국혁명과정에서 국민당과의 2차례에 걸친 국공합작을 통한 실력 배양, 그리고 국민당 정부의 지배력이 취약한 농촌 지역에서 홍색 정권과 홍군 건설을 통해 세력 확장을 도모한 이후 국민당정부와의 정면 군사대결을 통해 천하 통일의 꿈을 실현한 중국공산당의 혁명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중국은 어떤 강대국인가 

물론 이와 같은 중국의 패권 전략이 오늘의 중국을 다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끝으로 오늘의 시점에서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며, 어떤 행위 패턴을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의 중국은 강대국이 틀림없지만, 여러 차원에서 부족하거나 성숙하지 못한, 앞으로 발전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강대국이란 점에서 저는 중국을 ‘개발도상국형 강대국’이라고 규정한 바가 있고, 샴보 (David Shambaugh) 와 셔크 (Susan Shirk)는 ‘불완전한 강대국 (The Partial Power)’ 또는 ‘깨지기 쉬운 강대국 (Fragile Superpower)’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오늘의 강대국 중국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따라서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미완의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어떤 강대국인가를 정의하기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강대국 중국의 행동 패턴이 기존의 세계 질서에 대해 변혁을 요구하는 수정주의 국가의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현상유지 국가라고 쉽게 정의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은 미국과 서구가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대체하려고 했던 구소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서구적 가치와 체제를 부정하기보다 오히려 미국과 서구 세계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적 국제제도의 틀 안에 들어와 그 안에서 ‘성공’한 강대국이며, 현재의 시장경제와 국제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수정주의 국가이기 보다는 현상유지 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현상유지의 범주 안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인정해 주기를 요구하고, 또 서구적 가치와 제도와 다른 중국 특색의 가치와 제도를 인정해 주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상 개혁세력이며, 체제 변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수정주의세력도 도전적 패권세력도 아니지만 전형적인 현상유지 세력도 아니고, 동시에 ‘불완전한 강대국’이란 점에서 중국의 대외 행동은 복잡하고 다차원적 행동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중국 외교에는 3가지 얼굴이 투영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즉 중국은 (1) 외부세력의 압박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을 풀어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국제 평화와 안전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책임 강대국의 얼굴도 있지만, (2) 동시에 주변 국가들과의 분쟁에서 때때로 오만한 강대국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3) 중국의 실리만을 앞세우는 고전적 현실주의적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 모습의 강대국 중국의 등장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중국은 결국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중국과 세계가 앞으로 상호 작용하고 교감하면서 만들어가고 찾아 가는 것이라고 말씀드리면서 저의 기조연설을 끝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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