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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주석이 북한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사회과학원 포럼, 2017년 8월 30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7·08·30 13:57 | HIT : 976 | VOTE : 49 |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포기할 수 있을까?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사회과학원 원장)

시진핑 (習近平)주석과 한국의 인연은 나름 깊다. 시진핑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있던 2005년 7월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2009년 12월에는 부주석 자격으로 한국을 두 번째 방문해 각계각층과 두루 교류했다. 당시 시 부주석은 북한을 먼저 방문하고, 곧 이어서 남한을 찾은 것이어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몸소 실천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2014년 7월에는 북핵 문제로 북·중 관계가 껄끄럽게 되자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국빈 방문하고, 한국과의 특별한 우정과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시진핑 주석 본인 스스로도 한국에 많은 친구, 라오펑유들 (老朋友)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실제로 여러 행사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과 배려를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해 특별히 비판적이거나 비호감의 태도를 보인 적도 별로 없다. 오히려 공식적 차원에서 중국과 북한의 ‘특수 관계’를 여러 번 언급했다. 이를테면, 2010년 10월 25일 시진핑 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식에서 “위대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면서 “중국 인민은 시종 중·조 양국 인민과 군대가 흘린 피로써 맺어진 위대한 우정을 잊어본 적이 없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또 2017년 7월에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중관계를 ‘선혈이 응고돼 형성된(鮮血凝成) 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런 북·중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 (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 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 국민들의 오해를 사기도 하였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1992년 한중 수교이후 전통적인 북·중 혈맹론에서 탈피해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 외교로 전환했다. 물론 미·중관계와 한·중관계가 확대 발전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확산되면서 중국 사회 일각에서 북한 포기론, 북한 부담론, 그리고 심지어 한국과의 동맹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의 강대국화가 추진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확산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북한과 국가대 국가의 정상적 외교 관계를 견지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의 중국은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북한과의 ‘선혈이 응고돼 형성된 관계’도 유지하려고 한다.

 

북한 핵과 북한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에서도 시진핑 정부는 기본적으로 첫째,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둘째, 한반도 비핵화, 셋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란 세 가지 기본 입장을 견지(三个堅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 정권의 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북한 비핵화와 북한 정권 안정화가 양립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란 논리가 전제되어 있었다. 그런데 김정은의 북한은 이런 중국식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에게 핵무장은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핵을 정권 안정을 위한 절대 무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어떤 압력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해, 마침내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했다.

 

이처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결국 한국과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 실패를 웅변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시진핑 정권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는 별로 많지 않다. 시진핑 정권 초기만 해도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 외교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선의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정권 안정화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가 성공한 현 단계에서 중국의 선택지는 급속히 협소화되고,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 포기이다. 북한의 핵무장을 현실로 받아들여, 핵무장한 북한과의 국가대 국가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선택의 대가는 대단히 가혹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의 격렬한 반발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에서의 핵 도미노 현상 촉발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둘째, 북한 포기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 및 교체를 각오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정책 목표를 강제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자칫 잘못하면 북한 내부의 대혼란이 촉발될 수 있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잃어버릴 위험성도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런 양자택일은 중국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지 협상과 타협을 통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이와 관련해 이른바 쌍중단(雙中斷·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 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상 병행)을 제안하면서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정권의 안정화를 모두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타협과 협상을 통한 접근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심 당사자인 북한이 핵 포기를 목표로 하는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문제는 북한이 그런 협상에 응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물론 중국은 각종 압력과 설득을 통해 북한에게 핵 협상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우려해 충분히 강력하게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가 임계점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더 이상 말로만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비핵화 실패의 책임을 미국에게만 전가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도 진정으로 북한 비핵화를 원한다면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포기이냐 아니면 북한 포기이냐 양자택일해야 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결단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역시 비상한 조치를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즉,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에 대응해 (1) 사드를 비롯한 요격 체제 강화, (2) 전술 핵 재배치, (3) 자체 핵무장의 3단계 옵션을 준비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고도화가 강행되고 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충분치 않으면 우리도 역시 핵무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결의를 보여 주어야만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책임 있는 자세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이런 압박에도 북한이 끝까지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겠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은 이미 북한을 버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중국의 핵심이익이 중대한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북한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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