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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시평-평창의 꿈과 김정은의 '치명적 유혹'(2018년 1월 9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8·01·09 16:55 | HIT : 493 | VOTE : 99 |

 

평창의 꿈과 김정은의 ‘치명적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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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올림픽 남북대화 신속 성사는 
                              文대통령 ‘평화 빅픽처’ 추진과 
                              北 ‘제재網 이완’ 전략의 결합                   

                                                          
                               韓美동맹 이간 시도 직시하고 
                               ‘이익 對 이익’ 제대로 관철해야 美와 野 
                               ‘나쁜 경찰’ 역할도 중요

                                                                                      

 오늘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시작됐다. 지난 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회담을 전격 제안한 이후 열흘도 되지 않아 고위급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의 환영과 후속 방안 지시가 있었고, 같은 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제안했으며, 3일 남북한 판문점 연락 채널이 복원되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고 4일에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을 공표했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5일 북측은 판문점 고위급회담 제안을 수락한다고 통보해 왔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지난 2년여 동안 단절됐던 남북관계가 봇물 터지듯 빠르게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평창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의 전기로 만들려는 문 정부의 열망과,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를 활용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의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평창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환점으로 만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대화의 필요성과 전쟁 불가론을 역설했고, 미국과 서방 세계는 물론,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도 평창올림픽을 평화와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협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아마 문 대통령의 꿈은 2018년 평창올림픽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창 2년 뒤엔 도쿄(東京)올림픽, 그 2년 뒤엔 베이징(北京)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평화와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빅픽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평창이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21세기 동아시아 신질서를 개척해 가는 꿈의 관문이라면, 김정은에게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 숨 막히게 죄어오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평화의 신기루로 한국을 유인해 이완시킬 수 있는 ‘결정적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콕 찍어 북한의 ‘공화국 창건 70돌’과 마찬가지로 ‘민족적 대사’라고 치켜세우면서,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도 동결 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선언함으로써 평화 올림픽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는 문 정부에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덫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김정은의 ‘치명적 유혹’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독(毒)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남북 관계 개선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고려하면 대화를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표단이 남북대화에 당당히 임할 것을 주문하면서 다음 세 가지를 당부한다.

 

우선, 과도한 기대와 성급한 접근은 독배(毒杯)를 드는 것과 같다. 아무리 평창올림픽에 대한 꿈이 크다고 해도 평화의 신기루에 홀려 평상심을 잃으면 ‘우리 시대의 평화’를 구가하다가 오히려 전쟁을 촉발한 아서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의 과오(過誤)를 되풀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는 속담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같은 민족이라도 남과 북의 관계는 선의보다는 냉혹한 권력정치의 논리가 관철되고 있다. 따라서 냉정한 행동 대 행동, 이익 대 이익의 균형을 모색하는 현실주의적 전략 전술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북한에 대해 한국 정부와 여당이 좋은 경찰(good cop) 역할을, 미국과 야당이 나쁜 경찰(bad cop) 역할을 하게 됐다. 이런 역할 분담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르게 접근하면서도 동일한 목표를 추구한다는 공동의 목표 의식과 동료 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북한과의 대화 과정에서 정부·여당은 미국·야당과 솔직하고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우리 모두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동료라는 점을 끊임없이 재확인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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