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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시대 한국의 딜레마: 동맹외교와 전략외교의 조화는 가능한가 (사회과학원 포럼, 2015년 3월 11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5·03·11 14:43 | HIT : 4,005 | VOTE : 188 |

미국과 중국의 G2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모두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초 한국을 방문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은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의제에 없던 사드 (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제기해 우리 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중 관계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비외교적이며 위협적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한국 정부를 압박하였다. 사실 중국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사드가 중국 본토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하였다. 지난해 7월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또 중국은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사드 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주권국가로서 한국의 현명한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한국의 중국 중시 정책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본은 노골적으로 한국이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전략 안보 차원에서도 친 중국노선으로 경사하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과 한·일 동맹의 약화와 변질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도 한국의 중국 접근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13년 12월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박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면서 거칠게 한국의 중국 중시 정책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최근에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은 과거사 문제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약화되고 미국의 중국 견제 구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통치에 대한 일본의 책임 문제는 도외시 한 채, 과거사 갈등은 한·중·일 3국에 모두 책임이 있다면서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 민족감정을 이용해 값싼 박수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동북아 전체의 전략적 구도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셔먼 차관은 박근혜정부의 남북대화 제의와 관련해서도 비핵화가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한국정부의 대북 접근 정책을 견제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에 들어와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 경쟁이 확대되면서 양대 강대국의 한국에 대한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21세기 탈냉전시대에 미국과의 동맹외교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외교의 상호 조화를 모색하려는 한국에 대해 양대 강대국은 양자 택일식의 전략적 선택을 강요함으로서 한국을 난처한 입장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1세기는 냉전시대와 같이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고 모든 행위자들이 상호 협력과 경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한국이 양대 강대국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우리의 안보적 이익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사활적 이해관계가 있는 동맹 국가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개혁 개방이후 중국은 경제적 차원에서나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중요한 동반자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가는 것이 우리의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 이익이나 주장에 편향되지 않고, 가급적 양쪽 모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거나 관점에 따라서는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태도에 대해 국내외의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한 이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지 못하고, 확실한 비전이나 전략도 없이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의 눈치를 보면서 우왕좌왕한다고 비판한다. 이를테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기제로서 사스의 한반도 배치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떳떳하게 우리의 안보 이익의 차원에서 사스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내려야 하며, 동시에 일본의 역사 왜곡을 외면하면서 동아시아에서의 일본 역할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미국의 일본우선 정책에 대해서도 역사 바로 세우기란 관점에서 비판함으로서 올바른 한-미-일 관계가 정립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력을 고려할 때, 우리가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말로 주권국가로서 모든 문제에서 자주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한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되는 것인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강대국 간의 치열한 상호 경쟁이 전개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같은 중소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에는 과거 냉전시대와 같이 어느 한 쪽에 편승 (bandwagon)하거나 강대국 정치에 도전 (challenge)하는 것, 그리고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balance)을 모색하는 전략적 선택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편승과 도전, 균형 전략은 모두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한 쪽에 편승하면 자주권의 제약이 뒤따르고, 도전적 대외정책은 고립을 자초하며, 중소국가들의 입장에서 강대국 사이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편승과 도전, 그리고 균형 전략은 우리가 선택하기에는 모두 문제와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우리는 어떤 전략적 선택을 모색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21세기의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21세기는 강대국 간 권력정치와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9세기와 다르고, 또 체제와 이념 경쟁으로 양극화되었던 20세기와 달리 상호 협력과 상호 공존을 통한 윈-윈 게임이 가능한 시대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과거 세력전이 시대의 패권국가와 도전국가들의 경쟁과도 다르고,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간의 상호 대결과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1세기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경쟁과 견제를 하면서도 경제적 차원이나 인적 교류의 측면에서 긴밀하게 상호의존하고, 상호 융합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경쟁하는 새로운 형태의 책임 강대국 관계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호 협력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편승하지 않고, 또 강대국에 정면으로 도전하지도 않으면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 협력을 중개하는 이른바 중개외교 (bridging diplomacy)를 추진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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