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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되는가: 1965년 한일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 쟁점 비교 (사회과학원 포럼, 2016년 1월 11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6·01·11 11:13 | HIT : 2,823 | VOTE : 162 |

사회과학포럼 칼럼

역사는 반복되는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 쟁점 비교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사회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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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되는가. 최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협상 타결에 대한 국내외의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한일관계와 관련해 놀랍게도 유사한 사건, 유사한 논쟁이 50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뛰어넘어 반복되고 있다. 물론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과 2015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 타결이란 두 사건의 역사적 비중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두 사건 모두 한일 관계 발전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저해했던 주요 쟁점에 대한 돌파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비교될 수 있고, 또 이 두 사안에 대한 비판의 논리 역시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65년 6월 박정희 정부는 14년 동안 끌어온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마침내 마무리 짓고, ‘한일 기본조약’에 조인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50년이 경과된 2015년 12월에 박근혜 정부는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으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해 24년간 한일 양국 정부를 불편하게 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두 역사적 사건에서 호사가들의 흥미를 촉발시킨 것은 한일 관계의 주요 돌파구가 박정희-박근혜 라는 부녀 대통령의 ‘결단’을 통해 성사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두 사건의 주요 쟁점도 너무나도 흡사해 마치 평행이론의 실제 사례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첫째,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1965년 한일 기본관계 조약에서 가장 큰 비판의 대상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를 명문화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1910년 한일 합방조약이 일제의 침략에 의해 강요된 조약이며, 따라서 원인 무효라는 사실을 명기하지 못하고, ‘이미 무효 (already null and void)’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과거 식민지시대가 합법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2015년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서도 군이 관여한 사실과 일본 정부의 책임이란 사실을 명확히 하면서도 ‘강제 동원’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이란 표현을 회피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1965년 기본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안에서도 잘못된 과거에 대한 피해보상의 성격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 일본은 무상, 유상, 민간 차관을 포함해 총 8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는데, 이 자금의 성격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과거 피해 보상 성격의 ‘청구권자금’ 또는 ‘사실상의 배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은 ‘경제협력자금’ 또는 ‘독립 축하금’이라고 하였다. 2015년 위안부 합의안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단 설립에 필요한 기금을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을 일괄거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사실상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기시다 외상은 일본의 법적 책임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기존 입장에 변경이 없다고 확언하였다.

셋째, 1965년 기본조약 교섭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쟁점이 되었던 ‘평화선 철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애매모호했던 태도와 2015년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한 대응 방안에서 우리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불투명한 태도 사이에도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1965년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시종일관 평화선은 불법이며, 한국 정부가 평화선 철폐를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가 1965년 한일 어업협정 체결과 더불어 평화선은 유명무실하게 되었고, 사실상 폐기되었다. 2015년 위안부 합의안에서도 한국정부는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합의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소년상의 이전이나 철폐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넷째, 1965년 기본조약에 이어 2015년 합의안에서도 주요 쟁점에 대해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1965년 한일조약 제2항 1항에서 양국은 ‘양 체결국과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였다.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양국 외무장관은 ‘이 문제(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으며, 양국 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 비판을 자제할 것’을 약속하였다.

다섯째, 1965년 한일 조약과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 과정에서 모두 미국의 영향력이 관철되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미국은 대통령을 포함해 고위 지도층 인사들이 직접 나서서 명시적이고 강력하게 한일 협상 타결을 촉구하였다. 1965년에는 냉전이 심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아시아에서 미국이 중심이 된 한미일 동맹체제의 구축을 위해, 그리고 2015년에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 정부에게 상호 협상과 합의를 강력히 요구했고, 그 요구를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끝으로 1965년 한일 조약과 2015년 위안부 문제 합의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이나 명분은 조금 희생하더라도 일본과의 협력을 통한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굴욕적 한일 회담’에 대한 격렬한 반대 여론을 총칼로 무찌르고 한일 조약 체결을 강행함으로써 한미일 3각 동맹체제의 틀을 완성시키고,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개발독재와 고도성장 경제를 실현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렇다면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복원함으로서 어떤 안보적, 경제적 ‘이익’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인지는 앞으로 더 지켜 볼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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