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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방문.면담기: 등소평이후 중국의 대외정책 [한국세계지역연구협의회 Newsletter,1999. 5.13]
 중국정치연구실  | 2005·05·05 21:57 | HIT : 1,424 | VOTE : 269 |

1999년 2월 28일부터 3월 6일까지 1주일간 필자는 5명의 동료 중국전문가들과 함께 북경과 홍콩을 다녀왔다. 고려대학교의 조정남 교수, 국방대학원의 황병무 교수, 세종연구소의 이태환 교수, 우석대학의 이학교 교수, 그리고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의 김승채 박사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우리 일행의 중국 방문 목적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등소평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현지 전문가들과 직접 면담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 우리 6명은 모두 명색이 중국정치나 경제를 전공하는 학자들이고, 또한 그동안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별로 새로운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현지 전문가들과의 면담을 통해 현실감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한 각 분야의 중국 전문가들과 집중적으로 면담을 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사전에 우리가 관심이 있는 이슈와 중국측 전문가들의 명단을 작성했고, 이들과의 비공개. 비공식적 워크샵을 기획했다.

이처럼 비공개.비공식적인 워크샵 형식의 면담을 추진한 것은 중국측 전문가들의 솔직하면서도 부담 없는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방편이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회의에서는 개인적인 견해를 직접 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서 서너명의 중국측 전문가들과의 개별적인 비공개 워크샵을 통해 이들의 솔직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청취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소속된 기관을 공식 방문하지 않고, 우리측이 마련한 장소에서 이들을 소그릅별로 몇 차례 나누어 만나, 우리가 이들에게 사전에 보낸 질의서를 바탕으로 장시간에 걸쳐 집중적인 면담을 진행했다. 여기서 우리가 면담한 중국측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과 처음부터 비공개.비공식 면담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면담한 중국측 인사들은 대체로 국무원과 외교부 등 정부기구에 소속된 연구기관들이나 민간 대학의 관련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중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나름대로 분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이들에게 질의한 사항은 많았지만, 필자는 특히 (1)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 (2) 중국의 여론 주도층 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외정책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논쟁점, (3) 중국의 대외정책 목표와 주요 정책방향, 그리고 (4) 한반도문제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 등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 이런 질의사항에 대한 이들과의 면담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할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은 참고할 만 하다고 하겠다.

첫째, 이미 서방연구가들에게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관해서는 中央外事領導小組가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외사영도소조의 구성인사들이나 소속 기관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으며, 이들의 회의 형식이나 운영 메카니즘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중앙외사영도소조의 실무적인 업무는 국무원과 서기처에 소속된 약 2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外事辦公室이 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탈냉전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에 관해 중국측 전문가들간에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들은 대체로 ① 중국의 군사.안보력 증가를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강조하는 현실주의파; ② 상호의존적인 신세계질서에 적극적인 참여, 협력과 합작을 통해 중국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세계파; ③ 중국과 서방세계의 전통과 가치관, 그리고 체제의 차이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적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파; 그리고 ④ 앞의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조정하면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실용주의파 등으로 구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이른바 '獨立自主平和路線'과 '求同異存의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있는 사실은 최근 중국이 이른바 '求同異存의 방식'에 따라서 미국.러시아.일본, 그리고 한국등과 모두 '동반자 관계'를 모색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미묘한 표현상의 차이점을 통해 '동반자 관계'의 성격 차이를 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건설적 동반자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런 표현상의 미묘한 차이점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인 입장차이가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한반도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점차로 남북한 등거리외교로 전환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붕괴론이나 북한위협론에 대해 그 어느때 보다도 경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반도, 특히 북한문제에 대한 이런 중국측의 입장은 탈냉전시대에도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게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란 점을 확인해 주었고,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미국과 일본의 군사.안보력 강화 동향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사실들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경로와 접촉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들이긴 하지만, 중국측 전문가들과의 비공식.비공개 면담을 통해 우리는 보다 구체적인 현실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들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중국의 지식인사회도 과거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식의 집중적인 연구면담계획을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국세계지역연구협의회 Newsletter,1999.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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