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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이념갈등의 현실과 그 해결방안[사회통합위원회, 2010년 2월 23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0·02·28 13:51 | HIT : 5,224 | VOTE : 263 |
      * 다음은  사회통합위원회 에서 2010년 2월 23일에 발제한 내용임 

              한국사회 이념갈등의 현실과 그 해결방안


                                                                      서 진 영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I 들어가는 말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요구가 분출하고, 극심한 이념-계층-지역-세대 갈등이 노출되면서 민주주의 체제 위기까지 걱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정부는 갈등을 조장하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서 창조적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국민통합의 시대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용산 참사, 미디어법 처리, 4대강 살리기, 세종시 문제 등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균열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연히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고 사회 통합을 이룩할 수 있는 체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사회갈등이나 한국정치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균적인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균열 현상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 평가해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갈등 관리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의 관점과 주장을 먼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필자는 원론적으로 갈등과 통합은 동전의 앞과 뒤이며, 민주주의는 갈등을 통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갈등은 억압하거나 은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들어내 보이고, 갈등의 합리적 관리를 위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 현상 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첫째, 우리 사회의 갈등과 균열이 심각한 수준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그 배경에는 분단과 전쟁, 그리고 압축적 산업화의 역사가 있다.


둘째, 민주화의 역사가 일천하여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치유할 수 있는 체제적 능력도 아직 미숙한 단계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의 위험성은 더욱 증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셋째, 그러나 현상과 실제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분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균열 현상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덜 심각하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사회에서 중첩적인 사회적 갈등의 분출로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갈등의 양극화가 완화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사회에서 중도세력이 증가하고, 다양한 정치-경제-사회 세력들 간의 세력 균형이 유지되면서 협상과 협력을 통해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II 한국사회의 갈등구조-이념갈등의 실체와 문제점


(1)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배경과 특징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과 균열은 있다. 한국 사회이건 서구 사회이건 일반적으로 근대화와 경제발전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갈등과 균열 현상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은 한국적 특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단과 전쟁, 그리고 압축적인 권위주의적 산업화, 그리고 최근 민주화의 역사적 경험까지 한국 현대사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모두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에 투영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의 심각성과 폭발성은 우리 현대사의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 양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한국사회가 격렬한 현대사를 경험하면서 압축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도 압축적-중첩적으로 형성, 표출되면서 심각하고 폭발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민주화의 역사가 일천하여 갈등과 균열을 치유할 수 있는 역사적 시간도 부족하고, 체제 역량도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표출되는 성향이 있어 더욱 위험하게 보인다.   


둘째, 민주화이후 한국 사회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적 갈등, 이를테면 노사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문화갈등 등이 복합적-중첩적으로 표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적 갈등과 균열이 이념을 매개로 단순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의 정치문화에서 이념-이데올로기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주자학적 명분론이 강한 조선시대의 정치문화에서 이념논쟁은 사회 경제적 갈등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정치투쟁의 수단이었다. 따라서 이념논쟁은 선과 악, 흑과 백의 양분법적 세계관과, 당동벌이(黨同伐異)’의 당파주의적 정치행태를 낳게 하였다. 이처럼 이념을 통해 현실을 재단하고, 당파적 이해관계를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했던 정치문화와 정치행태는 이념의 시대라고 하는 20세기 한국 현대사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분단과 전쟁을 경험하면서 이념은 더욱 극단화-단순화되었으며, 현실의 이해관계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으며, 이런 경향은 탈이념의 세계라고 하는 21세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셋째,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이 이념논쟁을 통해 표출되는 과정에서 이념은 갈등과 균열의 실체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지식인과 정치인들의 이념논쟁은 점차로 대중들의 실질적인 삶과 괴리되고, 공허하고 비생산적인 논쟁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증대되고 있다. 


사실, 한국사회가 압축적인 변화를 경험하면서 대중들의 삶과 직결되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 경제적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런 이슈들이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이념논쟁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정치인과 지식인의 이념논쟁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어 내 보이기보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실질적 문제를 왜곡되거나 굴절함으로서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실질적인 문제와 유리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과 지식인들에 의하여 표출되고 있는 양극화된 갈등과 균열의 심각성과 대중들이 실제로 느끼고 있는 갈등과 균열의 심각성 사이에는 일정한 간극이 있다.

 

(2) 기득권세력과 갈등구조의 재생산 위험성


이와 같이 대중들이 실감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의 정도가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의 이념논쟁을 통해 표출되는 그것보다 덜 심각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적 정치와 국가 중심의 산업화과정에서 축적되고 구조화된  갈등과 균열이 실제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런 갈등과 균열이 재생산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과 균열이  민주화와 개혁정치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기존의 갈등구조로 이익을 보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기존의 갈등구조를 개혁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기존 갈등구조의 확대 재생산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갈등이나 지역갈등이 지속되고, 때로는 확대 심화되는 이유는 그런 갈등을 조장하는 사회-경제적 요인도 틀림없이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그런 갈등과 균열을 이용하고, 왜곡하는 세력들에 의한 이른바 ‘편향성의 동원 (mobilization of bias)'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 전체가 당면한 본질적인 사회 갈등과 균열을 정면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신들의 개인적 당파적 이익에 유리한 갈등만을 편향적으로 동원하고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질적인 이념갈등이나 지역갈등이 정치과정에서 해결되거나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과정을 통해 재생산되고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갈등과 균열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편향성의 동원’과 ‘갈등의 사유화 (privatization of conflict)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왜곡 확대한다는 연구사례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에 의하여 지적된 바가 있다.


이를테면, 이내영 교수는 지난해 12월에 개최된 한국정치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한국의 이념 갈등과 이념 지형의 변화'에서 "최근 이념 갈등이 심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이념적 분화가 심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이념적 분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이념 갈등이 일상화되는 주요 이유는 기존의 정치제도를 통해 이념 갈등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권이 이념 대립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윤소이 교수도 2006년에 발표된 논문 ‘한국사회 이념갈등의 실체와 변화’에서 한국사회의 이념갈등이 실체적 내용에 비해 과장되어 있으며, 이러한 이념갈등의 원인은 정치권의 ‘편향성의 동원’(mobilization of bias) 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보았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은 심각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한국사회가 만들어내고 있는 실체적인 갈등과 균열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적 이익을 위해 기존 갈등과 균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3) 민주화의 진행과 사회적 갈등구조의 재편


이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사회의 갈등과 균열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외견상 더 증폭되는 것처럼 보인다. 양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갈등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내용적인 차원에서도 복합적이고 다양한 이슈들이 중첩적으로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거의 모든 갈등과 균열이 이념적인 문제로 환치되면서 갈등이 양극화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들이 우리 사회의 갈등이 과거보다 더 ‘심각해졌다’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민주화이후 이념적인 갈등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로 이명박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민주화와 더불어 갈등이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와 충돌되는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 사회의 이념 분열상이 위험수위에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중도’라고 응답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0여년의 진보정권을 경험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모두 조금씩 줄어들고, 중도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처럼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중도 강화-사회갈등 심화’라는 일견 모순적인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와 같은 현상은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우리 정치사회와 지식인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편향성의 동원’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즉, 여러 분야에서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기존의 갈등구조에서 혜택을 받는 기득권세력이 ‘편향성의 동원’을 통해 오히려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기득권 세력이 사회적 갈등의 이념화와 정치화를 조장하고 있으며, 이런 기득권 세력들이 한국 정치와 담론 문화를 지배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당면하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익보다 이들에 의하여 이념적으로 해석되고 왜곡된 갈등과 균열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치열한 이념논쟁이 일반 대중들의 실질적인 관심사항이나 이익들과 유리되면서 국민들의 이념지도에도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즉, 국민들의 실질적인 이익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세력들에 대한 지지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중도를 표방하는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도의 증가는 기존의 갈등구조에 익숙한 기득권 세력들에게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실질적인 관심과 이익을 대표하기 위해 ‘중원에서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일반 국민들의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사실 일반 국민들의 실질적 관심과 이익을 대표하기 위한 ‘중원에서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정치사회적 조건들은 조금씩 이미 형성되고 있다. 우선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반 국민들의 이념지도에서 '중도‘가 증가되고 있다는 현상과 더불어, 보수와 진보세력간의 세력균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진보는 유동적이지만, 어느 한 세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런 현상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보수이든 진보이든 모두 소수파이고, 중도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대세를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가 극한적 대립을 억제하고 상호 공존과 경쟁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는 이른바 보수정권의 전횡시대를 끝냈고, 보수-진보정권이 돌아가면서 집권한 경험을 축적하였다. 이런 보수-진보의 교차집권의 경험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세상에 절대적인 선도, 절대적인 악도 존재하지 않으며, 정의란 주어진 것,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력들 간의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논쟁과 경쟁을 통해서 만들어져 나가는 것이란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III 사회적 갈등 완화와 관리 방안에 대한 제안


앞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국 정치와 담론 문화가 국민 대다수의 실질적인 관심과 이익을 제대로 표출-대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갈등과 균열 구조를 이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즉 갈등과 균열을 치유하고 사회적 통합을 높이기 위해서는 첫째, 국민 대다수의 이익표출과 이익 집약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개혁, 둘째,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여 사회통합을 증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정책개발능력 강화와 정책결정과정의 개혁, 그리고 셋째, 소통과 담론문화의 개혁이 필요하다.


(1) 정치개혁-이익표출과 이익집약체제의 개혁


이미 지적했지만 한국에서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정당들은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대표하고 조직하기 보다는 기존 갈등구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기득권세력의 도구가 됨으로써 정치와 정당이 국민들의 실질적인 이익과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 일반, 그리고 구체적으로 정당이 국민의 실질적인 관심과 이익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특정한 지역과 계급, 그리고 특정한 이슈만을 편향적으로 대변하고, 기존의 갈등구조에 의존해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유지· 강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정치와 정당이 국민들과 점차로 유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균열을 치유할 수 있는 사회통합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 대다수의 관심과 이익을 대표하고 집약할 수 있는 정치체제, 특히, 정당체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를 정치답게 하고, 정당을 정당답게 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사회통합을 진전시킬 수 있는 시작이며 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2) 정책개발 능력 강화와 정책결정과정의 개혁


우리는 과거 이념과잉-정치과잉 시대에 익숙하여 정책을 이념논쟁이나 정치투쟁의 하위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상이나 이익을 공적인 차원에서 정책이란 행동 프로그램으로 전환시키지 못한다면 그런 이상이나 이익은 공허한 수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이나 문제들을 만들어 낸 것도 정책이고, 또 그런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책이기 때문에 정치란 어떻게 보면 권력투쟁과 이념논쟁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책논쟁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대도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권력투쟁이나 이념갈등의 측면만을 너무 강조하고, 정책적인 측면을 경시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정치과정에서 어떤 정책이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되는가를 체계적으로 분석 평가함으로서 정당차원에서나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즉, 각 정당이나 정부는 첫째, 정책개발능력을 강화하고, 둘째,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을 합리적으로 분석 평가할 수 있는 정책평가체제를 구비해야 하고, 셋째 정책결정과정을 개방하여 다양한 집단들의 이익과 관심사항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관리해 갈 수 있기 위해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을 분석해서 갈등과 균열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정책결정과정 초기 단계에서부터 주요 이해 당사자들을 참여시켜 사전 협의와 조정을 확대 심화시켜 정책집행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할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국회의 입법과정에 정당 대표들뿐만 아니라 주요 이해 당사자들도 참여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행정부처에서도 정책결정과정을 개방하여 전문가와 지식인집단, 그리고 주요 이익집단들의 의견과 이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입법과정이나 국정운영 과정을 얼마나 어떻게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참여민주주의, 또는 심의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정운영을 시민사회에 대폭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운영의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전면적 개방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집단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해서 자신들의 이익과 견해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주요 정책에 대한 갈등이 그만큼 경감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를테면 노사정 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책개방과정에서부터 다양한 이익집단을 참여시킨다면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소통과 담론문화의 개선


한국정치가 ‘편향성의 동원’에 의존하고, 모든 사물과 세력들을 흑과 백, 적과 동지, 진실과 거짓으로 양분화하는 정치문화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소통을 통한 상호 타협과 협상, 그리고 공동협력을 모색하는 성숙한 민주정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선악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당파성을 고집하는 정치적 경직성이라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따라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존재와 주장을 인정하는 정치문화와 담론문화가 발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을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문제라고 보지 말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의견차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서로 의견이 다른 세력들도 치열한 토론과정을 통해 공동으로 공동선을 찾아 갈 수 있다는 점을 받아 들여야 한다.


바로 이런 소통과 담론 문화가 발전하지 않고서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식사회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 노동과 자본, 중앙과 지방, 그리고 세대 간 성별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주요 집단 간 치열한 토론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토론문화, 담론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정책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보수와 진보세력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 연구 프로젝트나, 공동 이벤트, 공동 세미나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사실 한국처럼 격변하는 사회에서는 주요 쟁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요 쟁점들이 정치권이나 언론, 그리고 지식인 사회에서 충분히, 그리고 자유롭게 토론되지 않고, ‘우파적’ 또는 ‘좌파적’이란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레벨이 붙여지면서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에서도 그렇고, 언론을 통한 토론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학술세미나에서도 좌·우파 논쟁 속에서 서로 상대방을 비판하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강요하려고 하기 때문에 토론이라기보다는 상호 소리치기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토론문화와 담론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책임 있는 지식인들이 중심이 되어 주요 쟁점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을 반복함으로써 극단적인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론이 보여주고 있는 철학의 빈곤에서 벗어나 공동선을 지향하는 다채로운 지적 경쟁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IV  끝맺는 말


압축적인 산업화-민주화로 우리 사회가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선진국의 문턱에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균열의 덫에 걸려 있다는 고건 위원장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정권차원의 이해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이익의 차원에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사회 화합을 지향하는 정책연구에 앞장서겠다는 사회통합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통합위원회는 기존의 정부조직과 달리 다양한 민간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다양한 이익집단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주요집단을 정책개발과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갈등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사회통합위원회는 사회통합이란 관점에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과 정책프로젝트 가운데 사회갈등을 조장하거나 악화시키는 제도적-정책적-관습적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조사와 연구, 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있으며, 그리고 그런 조사-연구-평가를 바탕으로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대안이나 제도와 관습 개혁안을 개발하고, 그것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


이와 같은 정책개발-정책결정-정책집행과정에서 서로 충돌하는 가치목표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간, 그리고 시민사회 내의 다양한 집단 간 치열하고도 자유로운 토론을 주도하여 우리나라 정치가 단순한 권력투쟁이나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정책논쟁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사회통합위원회가 다양한 집단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여의 장 (場)’이 되길 바라고, 정부의 주요 정책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정책평가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정부와 시민사이를 연결하고 다양한 집단들이 서로 만나 토론하면서 공론을 만들어가는 ‘소통의 장’, ‘공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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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부상과 한중관계에대한 인터뷰 (2010년 8월 31일)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 (2017년 4월 13일, 아연학술회의 기조연설)
  중국과 일본의 갈등- 한국의 시각 (교도통신 인터뷰, 2012-10-05)
  중국 현지방문.면담기: 등소평이후 중국의 대외정책 [한국세계지역연구협의회 Newsletter,1999. 5.13]
  조선일보 한반도 정세 관련 대담 (2013년 4월 19일)
  원로학자들이 본 한중일의 미래 (한국국제정치학회 2016년 5월 12일 간담회)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2017년 3월 17일 한강포럼 조찬강연)
  역사는 반복되는가: 1965년 한일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 쟁점 비교 (사회과학원 포럼, 2016년 1월 11일)
  아시아 패러독스와 21세기의 이중성, 그리고 창조외교 (사회과학원 포럼, 2013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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