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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그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정세 (코리아정책연구원 2010년 7월 8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0·09·25 22:54 | HIT : 2,527 | VOTE : 313 |

                       코리아정책연구원 창간호 권두언

        천안함 사건, 그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정세

                          서진영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지난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 국민담화에서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다’고 선언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한반도 정세가 같을 수가 없고, 따라서 우리의 대북한 정책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더 이상 참고, 또 참으려고만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다’고 역설하였다.

 

사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해군 함정 1척이 북한 어뢰정 공격으로 침몰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지난 10 여 년 동안 지속되었던 남북한 화해와 협력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착시현상이 침몰한 사건이었으며, 한반도에서 엄연히 지속되고 있는 냉전시대의 대결과 충돌 가능성을 재발견하게 하는 사건이었으며, 또한 우리의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그대로 노출시킨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천안함 사건은 탈냉전이후 북한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안이한 현실인식, 또는 착각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사건이었다.

 

다시 말해 천안함 사건은 첫째로, 적대적 남북대결의 현실에 대한 우리의 착시현상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며, 둘째, 설익은 남한 우월의식과 햇볕정책이 만들어 낸 무사안일한 안보의식과 무감각한 안보태세의 허구가 폭로된 사건이었으며, 셋째로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적과 동지를 가를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내부 분열과 갈등, 인식의 혼란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이었으며, 넷째, 천안함 외교를 통해 탈냉전시대에 우리의 동반자 외교가 직면하고 극복해야 할 한계와 문제점이 무엇인지가 확연히 들어나게 되었다고 하겠다.

 

이런 점에서 천안함 사건의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고, 따라서 당연히 천안함 사건이후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뿐만 아니라, 탈냉전시대의 우리의 생존 전략 전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1)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에 대한 착시현상에 대한 경고이다.

 21세기를 앞두고 밖으로는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탈냉전시대가 전개되면서,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진보정권의 대북한 햇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그리고 남북한 관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과거 냉전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화하였다. 과거 냉전시대의 맹목적인 반공주의와는 전혀 반대 방향에서 북한을 적대시하거나 경계하는 것은 편협한 냉전시대의 유물이며 반통일-반민족적 사고이며 행위라고 비판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북한은 이제 우리의 적이 아니라 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초월해 민족의 이름으로 화해하고 협력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남북한 동반자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한의 갈등과 대결, 적대적 상호 충돌을 초래할 수 있는 말과 행동들은 가급적 회피하고 외면하려고 하였고, 그 대신 남북한의 상호 협력과 평화를 추진하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와 사업들을 기획, 실천하였다. 정부차원에서도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을 상대로 한 북한 주적론을 우리의 국방안보정책 기조에서 조용히 삭제하였고, 북한에 대한 각종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 실행하기 시작했다. 금강산 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 추진되었고, 개성공단이 활성화되었으며, 북한과의 경협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한국은 중국과 더불어 북한의 최대 대외경제 협력 국가가 되었다.

 

이처럼 북한에 대해 적극적 경제 지원을 제공하게 된 배후에는 그것이 우리 경제 발전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경제적 논리도 작용했지만, 그런 경제적 손익계산보다는 더 큰 정치적 손익계산이 작동된다는 가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남한이 북한에게 물질적 이익을 제공하고, 그 대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대북한 협상론의 기본 가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가설과는 달리 북한은 한편으로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남북한 경제협력의 실익을 최대한 얻어내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 추진하였으며, 서해안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끊임없이 무력 도발을 지속해 왔던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완벽하게 적대적 대결과 유화적 대화의 이중 전략을 추구했지만, 우리는 북한과의 적대적 대결 국면을 백안시하고 유화적 대화국면에 대한 기대만을 강조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정책적 오류가 지속되면서 우리의 군대는 주적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었고,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 개발의 위험성에 대해 과소평가 할 뿐만 아니라,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현실 인식이 왜곡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적대적 대결관계에 대한 대비태세가 이완되는 위험에 노출되었다. 이런 점에서 천안함 사건은 남북 관계의 이중적 성격, 즉, 적대적 대결과 유화적 대화의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자각할 수 있게 했다고 하겠다.

  

(2) 천안함 사건은 무사안일의 안보태세에 대한 폭로이다.

 북한 잠수정이 삼엄한 한미연합전력의 방어선을 뚫고 들어와서 아군에 탐지당하지 않고 어뢰를 발사할 가능성, 그리고 다른 함정의 경계망을 뚫고 안전하게 도주할 가능성을 한 야당의원은 0.81%로 봤다. 여기에 잠수 작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악조건인 서해의 물살과 수심을 고려해 북한 잠수정이 침투, 어뢰 단 한발로 천안함을 침몰시킬 가능성은 0.01, 아니 0.00001%보다도 못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이런 의혹 제기가 그럴듯하게 들릴 만큼 어처구니없이 당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서해안의 자연 조건이 나쁘다고 해도 그런 특수 군사작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 작전에 대해서도 서해안의 자연조건 때문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모두 반대했지만, 맥아더장군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실천해 보임으로써 명장임을 입증하였다.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건도 바로 서해안의 열악한 자연조건에 기대어 잠수정 작전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던 우리의 안이한 방어태세에 대한 일격이란 점에서 북한 특수부대의 뛰어난 작전의 성공이며, 우리의 안이한 안보 대응태세의 실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천안함 사건은 그것 자체로는 있을 수 있는 군사적 작전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 군의 작전 실패라는 것 이상의 문제점을 우리 군이 안고 있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보고와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군 당국의 허위, 왜곡, 조작, 누락보고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고 있으면 과연 우리 안보를 이런 군대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날 정도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군의 안이한 안보태세가 군 자체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군의 이런 무감각한 안보의식과 안보태세는 60여 년 간 계속되어온 남북 대결의 관행에 익숙해 진 탓도 있지만, 또한 우리 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근거 없는 대북한 우월주의의 부산물이란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남북경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낙관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차원에서 남한은 압도적으로 우월한 입장이고, 북한의 실패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침략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붕괴를 걱정해야 한다는 남한 우월주의가 은연중에 확산되면서 우리의 대북한 안보태세도 이완되고 있다. 북한의 조기 붕괴를 막고, 북한 경제를 발전시켜야 통일비용이 덜 들어간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북한 지원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하고, 이미 북한에 대한 위협이 현저하게 감소된 상황을 고려해 우리의 군사비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하고, 군사작전권도 조기에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보수정권을 자처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군사예산을 절감하고, 작전권 환수일정도 예정대로 진행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위협은 사실상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인가. 천안함 사건은 바로 이런 우리의 안이한 안보태세의 근거가 되고 있는 남한 우월주의의 문제점, 특히 북한 위협의 현실적 실체에 대해 다시 자각하게 한 충격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3)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분열상을 반영하고 있다.

당파싸움 때문에 적정(敵情)에 대한 보고까지 달리 만들어 스스로 임진왜란이란 대재앙을 자초했던 우리 선조들의 어리석은 역사를 오늘날에도 우리가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진위 공방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우리 사회가 당파적 이해관계에 의하여 깊게 분열되어 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불시에 일격을 당하고도 우리를 공격한 주체를 응징하기는커녕, 공격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논란을 벌이고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이나 진실보다도 당파적이고 이념적 잣대로 사물을 왜곡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례는 천안암 사건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촛불 시위 당시 광우병 파동에서도 그랬고, 400년 전 임진왜란을 앞두고 우리 조정은 당파 싸움에 눈이 멀어 객관적인 사실이나 진실보다는 당파적 이익과 이념적 편견에 따라서 진실과 허위를 각색하고, 서슴지 않고 ‘당동벌이(黨同伐異)’의 당파주의적 정치행태를 보여주었다.

 

불행하게도 이런 나쁜 정치문화와 관행이 천안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발표를 보고도 그것을 0.001%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과거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마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의혹이 있는 만큼 국회차원에서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는데 반대함으로써 대한민국 국회가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의회가 이미 통과시킨 천안함 결의안을 아직도 처리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현상을 초래하였다.

 

(4) 천안함 외교는 동반자외교가 직면하게 될 한계와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천안함 사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비군사적 대응, 즉 외교적 대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사실 한국전쟁이후 60년 동안 북한은 크고 작은 수많은 비정규적 무력공격을 자행했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상대방과 같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세계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이외에 별다른 대응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의 천안함 사건의 주요 대응책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북한 비난 및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외교적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동맹국의 든든한 지원에 힘이 났지만, 우리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가진 중국의 지나치게 신중한 대응에 답답해하고, 동반자 외교의 한계를 실감하였다. 사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직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은 마치 자신들이 공격을 받은 것처럼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한국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중국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이후 거의 한달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뒤늦게 천안함 사건의 유족에 대한 애도와 유감을 표명하였다. 그런데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당사국들이 냉정하고도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한국의 동맹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중국과 같은 전략적 동반자 국가의 소극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모두 자국의 국가이익을 고려한 것이란 점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호전성과 한미 동맹의 가치를 강조할 수 있고, 또 북한과의 연루설을 매개로 아시아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근거해 천안함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동맹 국가이기도 한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과 북한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할 양자택일의 상황은 가장 회피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우리 입장을 지지해 주고 있는 동맹 국가들에게 감사하면서도 장기적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그들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동맹외교와 더불어 중국과의 동반자 외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중국을 비판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것도 그야말로 중요한 전략적 오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겠다.

 

사실 천안함 사건의 교훈은 탈냉전시대의 남북한 화해와 협력 분위기에 현혹되어 남북한 대결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란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과거와 같은 맹목적 반공주의와 안보지상주의로 회귀해야 하며, 일방적 동맹외교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균형 있는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세 인식, 그리고 동맹외교와 동반자외교의 조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우리의 주적이면서도 동시에 동반자일 수밖에 없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대북정책은 협력과 대결을 모두 대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의 동맹외교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점차로 확대 발전시켜가는 ‘전략적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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