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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와 한국의 대중국정책 (중국연구센터 기조연설, 2013년 10월 24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3·11·04 11:32 | HIT : 4,684 | VOTE : 267 |

다음은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가 2013년 10월 24일에 개최한 국제회의 [시진핑시기 중국의 대외정책과 주변국의 대중정책]에서 기조연설로 발표한 '한중관계와 한국의 대중정책' 원고 입니다.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2013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

                    한·중관계와 한국의 대중국 정책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부강한 신흥 강대국 중국의 등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시기 중국의 대외정책과 주변국의 대중전략’이란 주제로 개최된 국제회의에 초청해 주시고, 또 기조연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특히 오늘 이 국제회의는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의 이웃국가들의 관점에서 중국의 부상과 중국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고, 의미가 깊은 회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국제회의 프로그램을 보면, 한국을 제외하고, 중국의 대외정책과 13개 인접 국가들의 대중국정책이 발제와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기조연설에서는 당연히 한·중 수교이후 20여 년간의 한·중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중국과 한국의 전략적 협력관계의 발전 방향과 문제점에 대한 저의 소견을 간단히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이후 경제-통상-인적 교류 영역에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상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양국의 교역규모는 수교 20주년이었던 2012년 말 현재 수교 당시 보다 약 34배가 증가된 2,15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양국 간 상호 인적교류도 수교 당시보다 53배가 증가가 된 691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은 한국에게 미국과 일본보다 더 많이 교역을 하는 제1의 교역 대상국이 되었고, 한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중관계가 빠르게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양국의 경제적 상호 보완성, 지리적 인접성 그리고 문화적 동질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객관적 여건과 더불어 양국 정부와 양국 국민들이 실용주의정신에 입각해 탈냉전과 세계화시대가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양국관계의 비약적 발전이 실현될 수 있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한국과 중국은 체제와 이념,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국관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이질적 요소도 많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이란 비극적 사건을 통해서 적대적 대결관계의 아픈 역사적 경험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실용적 이익만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 발전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탈냉전과 세계화라는 시대적 변화는 이념과 체제의 굴레를 벗어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실용주의적 정책 노선을 추구할 수 있게 하였으며, 바로 이런 전략적 이해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탈냉전과 세계화시대에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상호 협력 관계가 급속도로 확장, 발전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탈냉전시대에 한·중관계는 수교당시 ‘우호협력관계’에서 김대중정부 당시 ‘협력동반자 관계’로,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고, 2008년 5월에는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발전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중관계의 발전과정이 언제나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1992년 수교이후 한·중관계 발전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과 모순, 갈등, 분쟁 요인들이 표출되었고, 또 앞으로도 양국 간 갈등과 분쟁을 촉발시키는 이슈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도 한·중간 경쟁과 마찰이 증가하고 있으며, 역사와 문화적 이슈, 탈북자 문제와 같은 인권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양국의 국민감정과 가치관이 충돌하고, 양국관계 발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조성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익갈등, 가치와 국민감정의 갈등도 주목해야 할 일이지만, 부강한 중국의 등장과 더불어 전개되고 있는 강대국간 세력전이 현상,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 간 경쟁과 갈등이 확산되고, 북한 문제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서로 충돌할 수도 있는 위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2008년 한·중 양국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한·중 관계가 단순한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 동질성에 바탕을 둔 ‘전면적 협력 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보와 평화, 공동 번영과 관련된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은 시의 적절한 것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부터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간 상호 견제와 갈등이 확대 심화되기 시작했고, 북핵 문제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심각하게 위협받으면서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에 대한 한·중 간 전략적 이해관계의 차이가 부각되고,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가 중대한 시험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2008년은 강대국 간 세력전이(power shift)란 차원에서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발생한 해이었습니다.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사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미국과 서구 자본주의의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었다면, 반대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은 부강한 중국의 등장을 세계에 선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동서양의 문명사적 반전 드라마가 전개되는 시기에 중국사회에서는 기존의 ‘도광양회 (韜光養晦)’란 소극적 대외정책보다 급속도로 팽창된 새로운 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적극적 대외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고, 중국의 이익과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중화 민족주의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따라서 2008년 이후, 특히 2010년을 전후로 중국은 과거와 달리, 보다 공세적인 외교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과 일본은 이를 계기로 중국위협론을 다시 확산시키면서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포위 견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대국간 미묘한 상호 경쟁과 견제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2010년 3월과 11월에 한반도에서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해 남북한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신 냉전’ 상황이 조성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중국에 대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의 요구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여론도 묵살하면서 동맹국인 북한을 일방적으로 감싸고도는 행동을 선택했습니다. 아마 중국은 지정학적인 차원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가 불편해 지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고 보호하려고 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자 한국사회에서는 한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란 두 강대국은 남북한 대결과정에서 각기 자신들의 동맹 국가를 지원하고 동맹 체제를 강화하려고 함으로써 결국 남북 대결과 갈등이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의 대결로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좌초될 수밖에 없는 위험성에 노출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미국과 한국, 그리고 중국 등 주요 관련 당사자들은 모두 냉전시대와 같은 갈등과 대결보다는 상호 협력과 타협이 국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신 냉전적 상황이 구조화되지 않고 미·중, 한·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가 확장 발전할 있는 가능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21세기 세력전이 시대의 특징은 기존 패권국가 미국과 신흥 강대국가 중국의 관계가 대결과 충돌의 위험성은 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호의존적이고 융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시대와 달리 상호 경쟁과 견제 속에서도 상호 협력을 모색하는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협력-갈등의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관계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고민은 어떻게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어떻게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 북·중 동맹과 북·미관계의 개선이라는 3차 방정식, 4차 방정식의 해법을 풀어 갈 것인가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은 한국만의 고민거리가 아니고,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신흥 강대국 중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강대국 중국의 위협에 대한 안전장치로 미국과의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 강화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가 사활적 국가이익이지만, 동시에 부강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도외시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기 때문에 21세기 한국외교의 최대 과제는 한·미 동맹관계와 한·중 전략협력동반자 관계의 ‘조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의 조화 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한·중관계를 풀어가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관계를 뒷받침해 온 구동존이 (求同存異)의 논리에서 한 걸음 더 전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체제와 가치관의 차이, 전략적 핵심이익의 차이는 그대로 두고 실용적 이익을 확대해 가는 구동존이의 방식으로는 한·중관계가 발전해 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강대국 간 세력전이가 진행되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기에는 오히려 핵심적 이익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상호간의 차이점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상호 협력과 상호 이익을 모색하는 이른바 화이부동 (和而不同)의 외교를 추구하는 것이 한·중관계 발전에 유익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둘째, 화이부동의 외교를 추진하려면 먼저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에게 북·중 관계가 특수 관계라는 점을 인정하고, 또 중국은 한·미동맹이 한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공동발전이란 포괄적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확대 심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셋째,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의 조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적대적 남북관계의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대결적이고 적대적인 남북관계는 가장 큰 취약점 (liabilities)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관계나 한·중관계의 발전을 추진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에게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다소 장황하게 한·중 관계와 한국의 대중국정책에 대한 제 소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아마 오늘 세미나에서 여러분이 발표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제가 제기하려고 하였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좀 더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논문과 토론을 통해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면서 이것으로 저의 기조연설을 끝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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