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교수의 중국정치연구실
 

* 중복검색시 ,로 구분
 
 


아시아 패러독스와 21세기의 이중성, 그리고 창조외교 (사회과학원 포럼, 2013년 12월 1일)
 중국정치연구실  | 2013·11·30 09:39 | HIT : 4,995 | VOTE : 315 |

                                    사회과학원 포럼 (2013년 12월 1일)

           아시아 패러독스와 21세기의 이중성, 그리고 한국의 창조외교

최근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1월 14일 국립외교원 5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언급하면서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지적했다. 오늘날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세계의 성장을 이끄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동북아의 정치안보적 현실은 역내통합을 뒷받침하기 보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 아시아적 패러독스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21세기의 아시아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탈냉전과 세계화시대가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아시아지역이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35년간 년 평균 9.8%라는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상호 협력관계를 형성하면서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실현하면서 아시아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30년 세계 파워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며, 아시아의 GDP-인구-군비-기술투자 등은 북미와 유럽을 합한 것보다 그 지배력이 더 커 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시아는 이렇게 낙관적 미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가 될 잠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아시아는 여전히 냉전시대와 같은 적대적 대결과 충돌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다. 아직도 19세기적인 영토주권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고, 과거 역사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호 불신과 증오가 반복되고 있는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에 한반도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같은 유혈 참극도 발생했고,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에 따른 대북 제재로 제2의 한국 전쟁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긴박한 위기감도 조성되기도 하였다. 또한 센카쿠-댜오위다오(钓鱼岛) 문제를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주권의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등 강대국들은 물론이고,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편협한 민족이기주의 관점에서 타협과 협력보다는 갈등과 대결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무력분쟁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언어적 차원에서는 이미 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극도의 감정적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고,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동아시아 지역이 이렇게 불안정해지고 있는가. 따지고 보면 한반도의 긴장이나 동아시아국가들의 영토주권 관련 분쟁이나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감정 충돌은 어제 오늘에 생겨난 새로운 분쟁거리가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돌출해 온 ‘익숙한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지금 이런 문제들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인가. 왜 상호 의존과 상호 협력을 강조하는 탈냉전과 세계화시대라는 21세기에 19세기에나 통용될 것 같은 편협한 민족주의 정서가 동원돼 상호 갈등과 충돌을 촉발하고, 강대국간 세력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아시아적 패러독스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1세기의 이중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21세기의 이중성이란 한편으로 탈냉전과 세계화 시대의 논리에 따라 국가 간 상호 협력과 공동발전이 촉진되고 있지만, 바로 그런 협력과 발전으로 기존의 세력구도에 변동이 초래됨으로써 21세기는 탈냉전과 세계화 시대이면서 동시에 강대국 간 세력전이 (power shift)가 발생하는 시대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탈냉전과 세계화시대와 더불어 중국이 신흥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던 기존의 국제질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촉발되었고, 이런 강대국간 세력전이 상황이 동아시아의 갈등과 분쟁을 확대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강대국간 세력전이 상황은 2008년을 전후로 한 시기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먼저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2008년은 강대국 간 세력전이의 관점에서 의미심장한 사건들이 발생한 해이었다.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사의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과 서구 자본주의의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었다면, 반대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은 부강한 중국의 등장을 세계에 선언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강한 중국의 등장이 곧바로 미국 패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비약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제1의 초강대국이며, 중국은 제2의 경제대국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서방세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할 개발도상국형 강대국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에 대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가급적 미국과의 충돌을 회피하면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는 ‘신형 대국관계’를 추구한다.

 

그러나 중국은 국력이 신장된 만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최근에 중국은 과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의 이익을 강변하는 공세적 외교행태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중국의 공세적 자세는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중국 경계심을 자극했고, 미국과 일본 등 기존 강대국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안보 불안감을 활용해 이들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대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억제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아시아 중시정책 (pivot to Asia)을 선언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주변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으며, 중국은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포위정책을 뚫고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의 세력전이 시대에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 간의 세력경쟁이 노골화되면서 그동안 잠복해 왔던 영토주권 문제와 역사 인식 문제와 같은 갈등요인들이 확대 재생산됨으로서 동아시아 정치지형이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대국 간의 세력전이 상황이 아시아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지만, 동시에 탈냉전과 세계화시대의 상호 협력과 공동 발전의 가능성은 세력전이 시대의 불안정을 억제하고 견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21세기 세력전이 시대의 특징은 기존 패권국가 미국과 신흥 강대국가 중국의 관계가 대결과 충돌의 위험성은 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상호의존적이고 융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시대와 달리 상호 경쟁과 견제 속에서도 상호 협력을 모색하는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과 중국, 일본의 경쟁-협력-갈등의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관계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가들은 자칫 잘못하면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상호 견제하는 강대국들을 상대로 현명한 중개외교 (bridging diplomacy)를 구사하여 강대국들의 상호 경쟁을 억제하고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 주변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국-중국-일본 등 강대국 정치에 매몰되지 말고, 한미일의 동맹관계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창조 외교’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韓, 美·中 모두에 신뢰받는 ‘브리지 외교’ 만이 살길 (문화일보 파워 인터뷰,2012-11-16)
  中·日 충돌, 동북아 격랑 속으로 (조선일보 인터뷰, 2012-09-26)
  正常な國家への轉換めざす·北朝鮮
  화정평화재단 월예 강연-시진핑주석에게 한반도는?
  한중관계와 한국의 대중국정책 (중국연구센터 기조연설, 2013년 10월 24일)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1년의 평가와 전망 학술회의 기조연설(2009년 6월 10일)
  한중 인문 문화교류 합의의 이론적 의미 (인천대 발제문, 2014년 2월 13일)
  한국사회 이념갈등의 현실과 그 해결방안[사회통합위원회, 2010년 2월 23일]
  코리아 헤랄드 인터뷰 (2015년 11월 4일): China reassesses value of N.K. as strategic leverage
  천안함 사건, 그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정세 (코리아정책연구원 2010년 7월 8일)
  중미관계는 어디로 [한겨레 컬럼 2009년 9월 25일]
  중국의 부상과 한중관계에대한 인터뷰 (2010년 8월 31일)
  중국은 어떤 강대국이 될 것인가 (2017년 4월 13일, 아연학술회의 기조연설)
  중국과 일본의 갈등- 한국의 시각 (교도통신 인터뷰, 2012-10-05)
  중국 현지방문.면담기: 등소평이후 중국의 대외정책 [한국세계지역연구협의회 Newsletter,1999. 5.13]
  조선일보 한반도 정세 관련 대담 (2013년 4월 19일)
  원로학자들이 본 한중일의 미래 (한국국제정치학회 2016년 5월 12일 간담회)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2017년 3월 17일 한강포럼 조찬강연)
  역사는 반복되는가: 1965년 한일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 쟁점 비교 (사회과학원 포럼, 2016년 1월 11일)
  아시아 패러독스와 21세기의 이중성, 그리고 창조외교 (사회과학원 포럼, 2013년 12월 1일)
12345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
(재단법인) 사회과학원, 서울시 성동구 천호대로 1006, 브라운스톤천호 1302호 / 전화 : 010-2292-2749 / jysuh@korea.ac.kr